
헛된 순환과 멈출 수 없는 갈증(전 1:4-11)
[성경구절]
[전 1:4-11]
(4)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(5) 해는 떴다가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(6)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(7)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 (8) 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도다 (9)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(10)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 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(11) 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가 기억함이 없으리라
서론: 영원한 순환 속의 유한한 인생
지난 시간 우리는 전도서의 대주제, 곧 "모든 것이 헛되다"는 선언을 들었습니다. 전도서 기자가 이 모든 것을 헛됨(הֶבֶל, 안개/숨결)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? 오늘 본문인 전 1:4-11은 이 선언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구체적인 현상을 제시합니다. 바로 자연의 순환, 인간의 피로함, 역사의 반복과 망각입니다.
(4절)에서 한 세대가 가고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있는 모습은, 유한한 인간과 영원히 반복되는 자연을 극명하게 대조합니다. (5-7절)에서 해, 바람, 강물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흐르지만 "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", "불던 곳으로 돌아가며", "바다를 채우지 못하고... 그리로 연하여 흐르는" 무의미한 순환을 반복합니다. 이 순환 속에서 인간의 수고는 영원히 남는 '영구적인 이익'(יִתְרוֹן)을 창출하지 못합니다.
(8절)은 "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도다"라고 고백합니다. 이는 인간의 지적, 감각적 추구가 끝없는 갈증을 느끼며 결코 채워지지 않는 유한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.
본론: 채워지지 않는 인생과 사라지는 기억
1.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갈망의 순환
전도자는 자연 현상처럼 인간의 감각적, 지적 갈망 역시 끝없이 반복될 뿐 영원한 만족에 이르지 못함을 지적합니다. (8절)에서 눈이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가 들어도 차지 않는다는 것은, 인간이 끊임없이 새로운 쾌락과 지식을 추구하지만 그 만족은 일시적인 연기(הֶבֶל)처럼 사라져 버림을 의미합니다. 영원한 존재를 갈망하도록 창조된 인간의 마음은, 유한한 '해 아래'의 것으로는 결코 채워질 수 없습니다.
성경은 하나님이 아닌 헛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수고는 결코 배부름이나 만족을 줄 수 없음을 증언합니다(사 55:2). 또한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영원한 갈망에 대한 유일하고 영원한 해답이 자신임을 선포하셨습니다(요 4:13-14).
2. 결국 망각하게 되는 해 아래의 수고와 업적
전도자는 (9-11절)에서 인간의 모든 수고의 비참한 결말은 '망각'이라고 선언합니다. "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" (9절)라는 통찰처럼, 우리가 이룩했다고 자부하는 모든 업적은 사실 이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던 일이며, "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으니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가 기억함이 없으리라"(11절)는 냉정한 현실을 제시합니다. 아무리 위대한 수고도 결국 역사 속에서 잊혀지고, 영원히 남는 기념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.
성경은 인간은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려 애쓰지만, 이는 헛된 노력임을 시편은 폭로합니다(시 49:11). 또한 사도 바울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터 위에 세운 공적만이 영원한 심판의 불에서 남을 것이며, 세상적인 수고는 불타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(고전 3:13-15).
결론: 영원을 기억하는 유익한 삶
전도자는 우리에게 자연의 무의미한 순환과 역사의 망각 속에서 헛된 수고(הֶבֶל)를 멈추라고 권면합니다. 세상의 '이트론'(יִתְרוֹן)은 없습니다. 이 통찰은 우리를 좌절시키는 대신, 영원하고 변치 않는 곳에 우리의 시선을 고정하게 합니다.
우리의 삶의 목적은 '해 아래'의 유한한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, 영원하신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영광을 위해 사는 데 있습니다. 헛된 것에 매이지 말고 영원하신 하나님 안에서 참된 분복(나누어주신 몫)을 기쁨으로 누리며, 오늘 주어진 삶 속에서 창조주를 기억하고 경외하는 믿음의 성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(골 3:2).